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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 그렌라간] 잃고 나서야 행복이라고 깨닫는 작은 불행

그 후의 누군가의 이야기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다들 아시는 대로 이 말은 그 전설적인 대그렌단의 업적을 기록한 전기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무리를 넘어 상식을 파괴한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말이 그들 스스로가 외친 말이라면 이쪽은 제삼자의 눈으로 그들의 존재 자체를 평가한 것으로서, 나선족의 특징인 진화와 그로 인한 가능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으로 인정받아 은하나선연합에서도 비공식 표어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지구는 물론 대그렌단의 전설이 전해진 나선족의 별이라면 일반 상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당연히 그 출처인 대그렌단 전기도 전우주적인 베스트셀러임을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대그렌단. 그것은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영웅들의 이야기. 스파이럴 네메시스를 우려하여 천 년의 세월 동안 무수한 나선족을 절망에 빠뜨려온 안티 스파이럴을 물리치고, 스파이럴 네메시스가 발생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모든 나선족에게 길을 열어준 나선의 전사들의 모험과 투쟁담. 그들의 활동무대가 아직 지구에 머물러 있던 무렵부터 그렌단의 초대 리더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 ‘카미나군 시리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우주 단위로 독자와 판매망을 넓힌 지금은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카미나군 시리즈를 뒤이어 ‘별의 왕자님 킹키탄 나가신다!’로 시작한 킹키탄 시리즈를 비롯한 회오리바람 브라더즈 시리즈, 시끄러운 아저씨의 소란 시리즈, 튼튼한 거인 쌍둥이 시리즈, 목소리가 멋진 공장장 시리즈, 천년나선왕 시리즈 등의 동화책은 연령을 불문하고 널리 사랑받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카미나군 시리즈는 독자와 함께 나이를 먹어 ‘카미나군 첫 아이를 보다.’라든지 ‘카미나군 온천으로 출장을 가다.’까지 진행되어 있습니다. 머지않아 ‘카미나군 관 속에 들어가다.’까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데요, 그에 관해선 찬반양론이 은하 대 은하 규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예측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여간 그만큼 대그렌단은 유명합니다. 지구는 대그렌단 관련 서적들의 판권과 함께 대그렌단 유적지 순례, 대그렌단의 역사를 밟는 길 등의 관광산업으로 꽤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그렌단 자체는 안티 스파이럴을 쓰러트린 후 리더의 은퇴와 함께 형식적으로는 해산했습니다만, 대부분의 멤버가 스스로를 대그렌단이라고 말합니다. 인기에 영합해서 자랑하거나 잘난 체 하거나 위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긍지를 담아 지극히 당연한 듯이요. 남의 이름을 훔쳐다 허풍을 떨며 폐만 끼치는 가짜 대그렌단은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할 태도랍니다. 물론 생생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대로 연락만 되면 진위 여부의 판단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연락이 원활치 못할 때는 좀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구석진 시골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간멘을 타고 나타나 대그렌단을 자칭하면서 여관비와 밥값을 떼어먹고,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무상으로 토산물을 쓸어 담은 뒤 촌장에게 돈과 딸까지 빌리려 한 사기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때 간멘폐기령으로 수인게릴라나 반란분자의 상징처럼 취급되었던 간멘도 안티 스파이럴과의 싸움으로 다시 양성화되어 지금은 자격증만 취득하면 누구나 탈 수 있습니다. 전투용은 그렌라간 개량형 그라펄 계통이 주름잡고 있는데다 공급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대그렌단의 전투요원 열성팬들이나 탈 것 애호가들이 특히 선호한답니다. 범용성이 높은 그라펄과는 달리 자기만의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 매력적이긴 하지요.

여하간 그 마을은 정말로 작아서 주재하는 공권력도 없고 도시와의 연락망도 시원찮고 간멘 하나 발굴한 적 없다고 하니, 가짜라 짐작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렇다 해도 딸까지 빼앗길 위기에 두 손 놓고 있을 리 만무했던 촌장의 머리 위로 간멘의 무지비한 주먹이 떨어지려던 찰나, 바람과 같이 나타난 남자가 손가락 하나로 간멘을 제압했답니다. 상당히 극적인 광경이었을 테니 다소 과장이 섞였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순식간에 영웅이 된 남자는 사기꾼이 본색을 드러내기 얼마 전에 마을을 찾은 여행자로 간멘에서 끌어내린 사기꾼을 인도한 후 인사도 받지 않고 혼잡한 틈을 타서 또 바람처럼 떠나버렸답니다.

무엇이 재미있는가 하면 바로 그 남자의 행적입니다. 가짜 대그렌단은 간혹 다른 별에까지 출몰해서 지구 망신을 시키는 부류이기 때문에 사후조사가 매우 철저하게 실시됩니다. 그 때에도 규정에 따라 문제의 마을과 주변을 탐색하며 사기꾼과 남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결과, 사기꾼은 차치하고 남자에 대해서 꽤 여러 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부근에 국한하지 않고 그러한 오지지역에서 제법 유명인사였더군요. 물이 모자란 사막지대에서 하룻밤 동안 우물을 파고 사라졌다든지, 길을 막고 있는 바위를 드릴 하나로 가볍게 치워버렸다든지, 유성우가 내리는 밤 그라펄대의 방어망을 뚫고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을 혼자서 분쇄했다든지 하는, 그저 훈훈하다고 하기엔 조금 미묘한 미담이 간간이 흐른 적이 있습니다만, 그 마을에서의 조사로 그것이 모두 동일인이었음이 판명되었습니다.

드릴의 마법사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와 있습니다만, 은퇴한 대그렌단의 멤버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사실 대통령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신묘한 표정을 지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고, 과학청장도 아무렇지 않은 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는 장면이 목격되어 있습니다. 짐작이 가는 것이 있다는 얘기겠지만 누구도 그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았지요. 때문에 특종의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그 정체를 밝히고자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는 형편이지만 때때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법사라는 별명답게 전혀 자취를 잡을 수가 없고, 운 좋게 잡았다 싶은 순간 놓치기 일쑤라고 합니다. 과연 대그렌단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이런,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군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약 25년 전, 카미나 시티가 건설된 직후에 실시된 마을 단위 인구 조사로 산출한 평균 수명은 40살 전후였습니다. 참고로 수인의 수명은 30살 정도가 한계였고 그나마도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한 경우였기에 나선왕 사후엔 여러 모로 큰일이었다고 합니다만, 신정부가 생명 유지 장치를 개량하면서 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성공하여 많은 수인들로 하여금 신정부에의 거부감과 적대감을 버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러한 개량은 수인들의 지배자이자 창조자였던 나선왕에게도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생식과 진화로 인한 나선력 각성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굳이 그러한 방식을 택했던 거겠지요. 배양장치 자체도 개량되어 현재 태어나는 수인들은 생명 유지 장치를 그리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배양장치도 필요 없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자꾸 이야기가 샛길로 새는 것 같습니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보고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란 원래 좀 횡설수설 가지를 쳐야 재미있는 법입니다. 네, 그렇고말고요.

현재 지구 인류의 평균수명은 대략 50 전후입니다. 지상에서 태어난 세대들의 수명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보다 늘어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텟페린에 남아 있던 기록에 의하면 대략 1000년 전, 즉 지상에서 살던 시기 인간의 평균 수명은 150살을 거뜬히 넘었다고 합니다. 햇빛이 닿지 않는 폐쇄된 어둠 속에서 탁한 공기와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식량에 기대어 근근이 생존하는 것이 고작이던 지하의 생활로 1/4 가까이 단축되었던 수명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고 할까요. 줄곧 지상에서 살아온 다른 별의 나선족들의 예를 봐도 100~200년 정도는 기본으로 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지구 인류도 그렇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더구나 이동이 거의 없는, 한정된 공동체 생활로 유전적으로 점차 단일화될 수 밖에 없었던 지하 시대에 비해 현재는 교류의 범위가 우주 단위로 커져 은하 결혼도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유전자의 조합은 그만큼 진화에 박차를 가하겠지요.

그런데 우리 지구 인류에게는 짧은 수명 외에도 지하 생활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적인 면이 있습니다. 바로 제3차 성징이라 불리는 것으로서 일명 노화성장기라고도 합니다. 노화 현상의 일종으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높은 확률로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구체적인 특징으로는 40년 수명에서 볼 때 조금씩 기력이 떨어져야 할 30대 초중반에 들어서 돌연 체격이 전보다도 더 튼튼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어깨도 넓어지고 없던 근육도 불끈불끈 붙고 얼굴의 윤곽도 상당히 바뀝니다. 목소리도 제2차 변성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달라집니다. 한 동네에 살던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라고 오해할 정도지요.

우리에게는 일반적인 현상이었기에 다들 그런 것이려니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다른 나선족은 물론이고 과거의 인류에게도 없었던 기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땐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었죠. 제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문화 충격이라는 말이 적절할지는 몰라도 대충 그런 거였습니다. 뭐라 해도 외모에 관계된 것이니까요. 나이 먹고 가늘게 말라 비틀어져 골골골 하는 것보다는 낫다, 강건한 육체로 천년을 살았다는 로제놈의 축복이었냐, 발산되지 못하고 갈 곳 잃은 나선력의 부작용이다 등의 분석도 나왔지만 그런 건 뒷전입니다. 본래의 형상은 온데간데없이 무조건 튼튼하고 듬직하고 네모나게 바뀌는 제3차 성징이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면 마땅히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지요. 미적 감각이라고 해야 하나, 외모 평가의 기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은 시대마다 변화가 심하니까요.

물론 이 제3차 성징도 나선력의 발산이 용이해진 탓인지 혹은 유전자의 조합이 다양해진 덕인지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반비례하도록 발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축된 수명 대신 개체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육체의 강건 쪽으로 진화했다는 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환경이 바뀌었으니 슬슬 퇴화해도 괜찮은 기능이긴 하죠. 참고로 위와 같은 여론을 주도하고 측에선 딱히 근육질이나 듬직한 골격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형태 보존의 법칙을 지키고 싶은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주도 세력 중에는 현 과학청 장관도 한 몫 끼고 있습니다. 대그렌단 출신으로 신정부 초창기부터 줄곧 최첨단 과학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물질문명의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한 사람이지요. 세월이 흐르고 정치 체제가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무수한 사람들이 물갈이되었지만 과학청만큼은 언제나 요지부동, 그 사람의 독보적인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도 있을 텐데 - 지금도 충분히 높지만, 이동이라고 할 지 승진이라고 할 지 그런 것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기이한 입장이라 - 다른 사람의 영역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점이 뭇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요. 하기야 대통령도 비슷한 상황입니다만, 그쪽은 정말 그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으니 논외로 칩시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 아니 그녀, 아니 그 사람에 대해서 한 마디 말하고 싶습니다. 과학청 장관이요. 그 사람, 신정부는커녕 대그렌단 초창기부터 있던 멤버랍니다? 반올림하면 족히 30년은 됩니다. 그 당시 이미 성년이었고 말이죠. 정확한 나이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40살은 옛날에 넘었을 겁니다. 제3차 성징이 찾아오지 않은 점도 한 몫 해 지금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니, 사실 옛 모습이란 말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그 사람은! 대그렌단의 전설을 듣고 자라난 아이가 열심히 공부한 끝에 당당히 정부에 취직해서 들뜬 마음으로 인사하러 갔다가 역사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모습에 어리둥절 뺨을 꼬집어 봤을 정도로 변한 데가 없습니다.

나중에 주변에 물어보니까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그렇겠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한 감상을 품게 될 겁니다. 그 자신은 뼈를 깎는 자기 관리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미용의 힘이라고 가볍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것만으로 그 정도의 젊음이 유지되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요? 그 사람만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혹독한 관리법이라는 겁니까? 그 관리법은 공개한 적이라도 있답니까? 없을 걸요. 그러니 믿을 수 없지요. 정말로 뼈를 깎아서 튀어나온 턱뼈를 원래대로 되돌렸다는 둥, 수인의 생명유지장치를 개조해 젊음유지장치 혹은 회춘장치라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거라는 둥, 정기적으로 늙은 껍질을 벗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둥, 로제놈을 1000년 동안 생존시킨 비결을 터득한 게 아니냐는 둥, 인피면구를 쓰고 있다는 둥, 나아가서는 본인은 어딘가에 숨어 있고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조종하고 있다 등등 별의별 설이 은밀히 유포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빛이 모두 나선족이 사는 별이고, 그 별들에서 긴 시간을 들여 효능이 증명된 피부노화방지제나 자양강장건강식품, 나선력운동기구 등이 엄정한 검사를 통해 수입되고, 지구에서도 그에 뒤질세라 이런 거 저런 거를 자체 개발하고 있지만 만일 그것만으로 그 사람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지금쯤 전 우주에서 노화라는 현상 자체가 사라졌을 겁니다. 뷰티풀 퀸~의 위력이라고 수긍해야 하는 걸까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감탄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것도 나선력의 각성이라고 부러워해야 하는 걸까요.

수긍할 순 없지만 일단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업무 능력과 외모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의 젊음에 대한 호기심은 점차 사그라져 갔습니다. 일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한 두 가지가 아닌 상황에서 해답이 나오지 않는 수수께끼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여유는 없거든요. 게다가 계속 보다 보면 적응하게 되고요. 그야 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서 신참이 들어오면 지금까지 들었던 가설이나 스스로 생각해낸 것을 덧붙여 신참의 반응을 즐기곤 합니다. 그것이 대부분의 정부 요원이 걷는 올바른 직장생활의 순리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면 좋았을 것을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재수가 없었는지 운이 나빴는지 그만 보고 말았던 겁니다. 그 사람의 젊음의 비결을! 그걸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스럽지만 여하튼 남들이 모르는 모종의 무언가를…. 미리 말해두지만 결코 미행하거나 몰래 훔쳐보거나 한 건 아닙니다. 그게 말이죠, 거동이 좀 수상해 보인다는 생각은 했지만 일부러 따라간 게 아니었다고요! 순전히 우연이었다고요! 우연! 정말로!!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알고 싶지 않았어요!!! 몰라요!!! 못 봤어요!!! 전 아무 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끄아아아아아악!!!!!!!!!!!!!!!

…………………………………………………………………………………………………………우와, 기억을 되살리니 새삼 손이 다 떨리네요…….
  무엇을 보았는지는 불문에 부칩니다. 섣불리 입을 놀리면 뒷일은 책임 못 진다는 말, 역시 협박이겠지요? 공갈이겠죠? 위협한 거 맞죠? 그래도 이렇게라도 외치니까 좀 살 것 같네요. 누군가가 읽을 가능성이라곤 바닷가의 모래알 하나 정도라고 해도,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털어놓은 겁니다만. 우주의 유리병 투서를 주운 사람이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거든요. 그렇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 당신, 부디 기억의 저편에 소담히 묻어주세요. 저도 가능하면 잊고 싶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아무리 일반 상식이라도, 가끔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외치고 싶은 일도 있을 수 있는 법이지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그래도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든지, 믿을 수 없는 실상이라든지, 모르는 편이 훨씬 행복한 진리라든지,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아야 안전한 현실이라든지,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끝내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권력의 힘이라든지 뭐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행복은 잃고 나서야 처음으로 그것이 행복이었다고 깨닫는다고 하지요. 그것이 또 불행이고요. 동감합니다. 공감합니다. 통감합니다.

몰랐던 시절의 행복아, 돌아와 다오…….


by 벽효-아리수 | 2007/10/30 10:28 | ★ 패러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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