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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세이야-로스트캔버스-명왕신화] 배톤터치

황천의 언덕에서 켄서에의 사랑을 외친다!

 

“이런, 벌써 온 거냐. 그걸 못 버티다니, 이름이 아깝다.”

끊어졌던 의식이 부상한 순간, 퉁명스러운 인사말이 날아왔다. 알데바란은 반사적으로 눈을 뜨며 사과했다.

“미안하다. 내 힘이 부족해서.”

“정말이야. 맷집 하나로 먹고 살던 녀석이.”

마니골드는 구부정하게 앉아 있던 바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투덜거렸다.

“이렇게 연이어 오면 어쩌라는 거야. 뒤처리를 누가 하는데.”

“수고를 끼치게 되어버렸다만, 부탁한다.”

“글쎄다.”

무성의한 대답이었지만 자신이 맡은 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철저한 남자라는 걸 알고 있는 알데바란은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괜찮다.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다. 그러다 시야가 어쩐지 넓다는 사실을 깨달은 알데바란은 다친 눈 부분을 만져보고 갸웃거렸다.

“눈이 나았나?”

“응? 그렇지. 넌 지금 영혼이니까. 육체의 부상 같은 건 관계없어.”

“그렇군. 헌데 여기는 상상하고는 꽤 다른데. 뭔가 좋은 향기까지 나고.”

주변을 둘러본 알데바란이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말로만 듣던 거해궁의 비밀 뒤뜰, 황천비량판은 예상했던 것만큼 삭막한 인상은 아니었다. 죽음의 세계와 맞닿아 있어 생명력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메마른 공간인 것은 사실이지만 삭막하거나 황량하기보다는 어딘지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유령이나 망자 같은 것도 눈에 띄지 않아 평화롭기까지 하다. 그러자 마니골드가 미간을 찡그렸다.

“알바피카야.”

“알바피카?”

“원래는 네 상상대로 괴괴하고 음참한 망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만, 알바피카가 남긴 잔향 덕분에 이런 분위기가 되어버렸어. 그 녀석, 평소에는 자기 장미향이 피비린내 같다고 싫어하더니만 육체를 벗어던졌으니 괜찮다고 마구 뿌리고 가더라. 그 향에 이끌려 방황하던 망자들 반 정도가 끌려갔고.”

“……뭐?”

“나머지 반은 아스미타가 요상한 설법 비슷한 걸 시작해서 없던 정신까지 돌려놓고 홀려놓으니, 제 발로 따라가더군. 그 여운이 여적 남아 있어서 새로 들어온 망자들도 헤매지 않고 명계의 구멍에 직행하는 판이라 완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한동안 멍청히 마니골드를 바라보던 알데바란은 그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어리벙벙하게 되물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가?”

“가능이고 뭐고, 실제로 일어났으니까. 뭐, 망자들의 대량유입으로 명투사 조무래기들을 조금 귀찮게 해서 명계의 일처리에 약간 과부하를 주는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겠지.”

마니골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그런 점에서 넌 혈혈단신에다 지극히 보통으로 왔으니, 나은 편이야.”

“그거 고맙군. 그런데 명투사들은 이곳으론 오지 않는 건가?”

“아. 바로 명왕의 휘하에 돌아가 버리니까. 아스미타의 염주로 아예 봉인하게 된 후론 더더욱이지. 덕분에 이 녀석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지만.”

마니골드가 가볍게 혀를 차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따라 시선을 돌린 알데바란은 깜짝 놀라 외쳤다.

“시지포스?”

여신의 신전에 나타난 명왕과의 전투 - 그것을 전투라고 부를 수 있다면 - 에서 스스로 쏜 화살에 맞아 빈사상태가 되었던 시지포스가 지상에 있는 모습과 똑같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니가.

“시지포스! 시지포스?”

“소용없어, 알데바란.”

어떻게든 시지포스를 깨워보려는 알데바란 옆에서 마니골드는 한가롭게 설명했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있는 상태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거야. 강제적인, 그것도 신의 힘에 의한 분리라서 되돌려 놓기도 여의찮고. 여기에 있는 건 시지포스의 영혼의 일부야. 완전히 명왕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건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또 조금 나누어 놨지.”

“깨어날 가능성은?”

“기력의 여하 나름일까. 이런 식으로 죽어버리면 알바피카와 아스미타가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그건 그렇군.”

알데바란은 어쩐지 평화로운 표정으로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시지포스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럼 나도 거기에 합류할까.”

“그러든지.”

마니골드는 띄엄띄엄 망자가 보이는 방향에서 비스듬히 벗어난 쪽을 가리켰다.

“적당히 중간에 진을 치고 있을 테니 할 얘기가 있거든 거기서 마음껏 해 봐.”

“…설마 듣고 있었나?”

“여기서는 별의별 소리가 다 메아리치니까 말이지. 정확히는 아스미타가 잡아냈지만.”

“……본인도 알고 있다는 거군.”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진 알데바란은 획 몸을 돌렸다. 그대로 어슴푸레하게 어두운 공간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발을 멈췄다.

“마니골드.”

“왜.”

“여유가 있으면 페가수스를 한 번 봐 주지 않겠어?”

“네 꼬맹이들은 제쳐놓고 엉뚱한 녀석 걱정이냐.”

평소 그가 얼마나 아이들을 아꼈는지 잘 알고 있는 마니골드가 툴툴거렸지만 알데바란은 개의치 않았다.

“그 아이들은 강하게 살아줄 거야. 괜찮아. 그렇지만 페가수스는 아테나와 명왕에게 동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니까. 지금쯤 여로 모로 힘들 테지.”

진지하게 전하는 말에 마니골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내키면, 나름대로.”

“그래.”

별로 믿음직스러운 대답은 아니지만 하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본래 남을 잘 돌봐주는 그이다. 다른 성투사와 교류가 거의 없었던 아스미타와도 보통으로 대화를 할 정도였으니 어떤 의미에선 조금 위험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알데바란은 조용히 웃으며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현세에의 길을 여는 마니골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본래의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투사에게 내려진 마지막 운명의 길을 걷기 위해서.

by 벽효-아리수 | 2007/09/28 00:01 | ├ 황금보완계획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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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셰히리 at 2009/10/06 17:09
안녕하세요 마니골드 검색하다가 흘러들어 왔습니다! 마니골드 왜 이리 귀여울까요.... 툴툴대고 여러모로 노는 것처럼 굴어도 다정하고 할 거 다 해주는 아이네요 ㅠㅠ
Commented by 벽효-아리수 at 2009/10/07 13:19
안녕하세요. 마니골드 좋아하십니까. ^^ 제 안의 게자리는 아무래도 보모 속성이 있어서 말이지요. 뎃짱과는 달리 마니골드는 작중에서도 애들 치다꺼리 해 주는 유쾌한 형님에 스승님 좋아하는 귀여운 제자라서 정말 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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