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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 그렌라간] 우리가 간다

26화의 그들

 

- 우와, 꼴불견.

- 저런 것도 제법 신선해서 좋은데, 뭘. 소시민적이라 알기 쉽고.

잠시 입술을 깨물며 참는 것 같더니 끝내 땅을 치며 깔깔거리는 키드 옆에서 아이락이 한 마디 거들었다. 좀 낫게 봐 주는 건가 했더니만, 가만히 들어보니까 거기서 거기다. 왜냐고? 입이 귀에 걸려 있잖아.

- 맞아, 아주 볼만한 광경이야.

조시도 히죽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 자기는 널럴하게 빈둥거리면서 어린 동생 뼈 빠지게 부려먹고, 알맹이는 저 혼자 날름 삼켜버리고, 그 돈은 유흥으로 탕진하면서 고작 반지 하나 내밀며 뻔뻔하게 생색내는 것 좀 봐.

- 용서할 수 없어! 인간 말종이다!

- 인간 말종! 말종!

- 애당초 스스로 일할 생각은 안 하고 도둑질을 하려는 것부터가 틀려먹었어. 본받지 말아야 할 인간의 본보기로구만.

알기 쉬운 조시의 해설에 죠간과 바린보가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짖고, 그 옆에서 키탄이 귀를 파며 마치 쓰레기라도 보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로 돌아본다. 키탄의 동생 사랑이야 익히 알고 있으니 그 의견과 그 눈은 이해하지만 좀 방향이 다르지 않냐?

- 거기에 어린이 노동력 착취는 최악이야.

- 음.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지.

막켄이 매우 묵직하게 긍정했다. 그러고 보니 막켄은 애가 셋 있다고 했던가. 힐긋 눈치를 살피니 이마에 굵은 핏대가 서 있다. 무서워. 잘못하면 맞겠다. 그야 사실이니까 뭐라 변명할 것도 없지만 어째 좀 억울한데. 너희들은 남의 일이다 이거지? 지금 제일 열받고 있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먼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두고 찧어대는 입방아는 멈출 줄을 모른다.

- 오, 오, 오오! 들켰다. 그러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야.

- 저 비실거리며 달리는 꼴 좀 보시게.

- 저, 저, 저…… 역시나 도망 실패로군.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니까 체력이 없지.

- 일하는 건 누군가에게 떠맡겼으니까.

- 잡혔다, 잡혔어.

- 얼씨구? 저것 봐, 굽실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소심한 밑바닥 인생의 정석적인 처세술이야.

실황중계에 핫 하고 놀라 고개를 드니 정말이었다. 훔쳐온 보석자루를 풀어헤친 채, 넙죽 엎드려 빌고 있는 얼간이가 보였다. 빌고 빌고 빌고 또 빈다. 잘못했다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주제에. 자칫하다간 시몬까지 끌어들일 판이다. 속에서 불이 확 타오른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저 녀석,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간다!

그러자 이쪽과 저쪽을 보란 듯이 번갈아 가리키며 이죽이죽 시근덕거리던 녀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얼마 전에야 어슬렁어슬렁 합류한 키탄이 매우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 어디에?

시몬한테 손대는 놈은 용서 못해! 시몬의 드릴을 사리사욕을 위해 쓰다니! 기특한 시몬은 정말 귀엽지만 저런 거랑 살다간 시몬 인생 망치겠다!

- 동감이야. 나도 갈래.

키탄은 피식 웃더니 툴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한꺼번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 나도 간다!

- 나도 갈란다!

- 설마 두고 갈 생각은 아니겠지?

- 우리도 오랜만에 귀여운 시몬과 만나고 싶다고.

- 물론 지금의 시몬도 귀엽지만 작은 시몬을 보는 건 또 특별하니까.

너도나도 희색이 만면해서 손을 들며 튀어나왔다. 키탄은 자기 뒤로 쭈욱 늘어선 녀석들을 쓰윽 훑어보고 고개를 돌리더니, 선심 쓰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 이런 때 정도는 우리도 폼 좀 잡자고. 첫타는 양보해 줄 테니까 텃세 부리지 말고.

어엉?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 그야 그렌단의 초대 리더, 카미나님이시지.

2대째 리더가 대답과 함께 붉은 망토를 휙 던져 온다. 잘 알고 있잖아. 칼을 어깨에 얹고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

좋아, 가자!

여기는 시몬의 마음 속. 시몬의 우주. 시몬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은 이 내가 용납할 수 없어. 시몬, 너의 드릴은 하늘을 뚫는 드릴이다. 동시에 나를 지지해 주었던 것처럼 모두를 지지해 주는 너의 영혼이다. 지금 모두와 함께 너를 만나러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

by 벽효-아리수 | 2007/09/25 17:45 | ★ 패러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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