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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 그렌라간]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확실히

 

“부익!”

“어머, 이거 꽤 처참한 몰골이네.”

전신이 흙먼지와 자잘한 파편과 폭발 시의 그을음으로 뒤덮여 본래의 색을 잃고 있는 그렌라간은 이곳저곳이 부서지고 우그러져 한 마디로 만신창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폭발의 중심에 있었던 것치고는 양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탑승자의 안전을 낙관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나선왕과의 싸움 이후 그렌라간이 이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은 7년만이다. 너무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굳어버린 부타를 옆에 내려놓은 리론은 가까이 다가가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렌의 조종석에 설치되었던 폭탄들은 모두 제거된 후지만 끊어진 전선 몇 가닥이 굴러다니며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주장하고 있었다.

우선 라간과 그렌의 조종석을 살펴본 리론은 바닥이나 벽을 더듬으며 재차 확인했다.

“피가 튄 흔적은 없어. 이송될 때도 멀쩡했으니 다친 곳은 없을 거야.”

“부?”

경직되어 있던 부타의 귀가 쫑긋 서더니 부리나케 뛰어와 리론의 어깨에 올라탔다. 리론은 조종석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때? 피냄새도 나지 않지?”

“부부.”

“뭐, 겉이 멀쩡해도 내장이 망가져 버리면 끝이지만.”

“부우부우!”

“농담이야, 농담.”

그래도 부타는 두 가닥 머리털을 빳빳이 세우고 덤벼들 기세로 부부거렸다. 리론은 가볍게 쓴웃음을 지으며 부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귀환한 직후에 가벼운 검사는 했어. 그렇게 울먹거리지 않아도 시몬은 괜찮아. 당장은 이 애를 어떻게든 해야지. 이거 원, 폐기고 뭐고 고철상이 보면 좋아라 들고 갈 상태니.”

리론은 앞날이 까마득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부타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폐기 처분이 결정된 그렌라간은 현재 과학국에 부속된 자재창고 한 구석에서 조용히 운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기동용의 코어 드릴은 로시우가 압수했기 때문에 그라펄을 이용해 운반해온 참이었다. 그렌과 라간이라는 두 간멘의 합체로 이루어진 기체라 조종석은 둘이지만 핵이 되는 라간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렌 조종석에서 죽어라 용을 써 봐야 꿈쩍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 라간은 시몬이 아니면 아무리 코어 드릴을 꽂아대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시몬이 없으면 그렌라간은 유용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한낱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현존하는 유일한 공식 간멘, 그렌라간…이라.”

세부적인 점검을 시작한 리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금 떨어져 있던 부타는 조용히 흘러나온 말에 머리카락을 레이더처럼 까닥거렸다. 리론은 연속적으로 화면에 뜨는 자료들을 재빠르게 처리하며 혼잣말하듯 말을 이었다.

“간멘 폐지령이 나왔을 때, 정부가 보유하는 간멘을 처리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지.”

“부.”

“그 중 하나는 직접적인 처리. 혹여 뒷거래를 통해 반란분자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 또 하나는 믿을 수 있는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 생산 공정은 물론 폐기 공정까지 전부 그라펄의 생산 공정으로 뜯어고친 직후라서 폐기하려면 여러 모로 수고가 걸리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수작업으로 하기도 그렇고.”

카미나 시티의 정부청사는 거대 간멘 텟페린을 개조한 것이다. 수인들의 본거지였던 텟페린에는 거주구역 뿐만 아니라 간멘의 대량 생산 설비와 다이그렌과 같은 대형 전함을 건조하기 위한 시설이 있었고, 당연히 그것을 폐기하는 공정도 갖추어져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온 사람들은 그것을 연구, 개조, 개량, 응용해서 간버스나 간택 같은 교통 운송수단과 각종 생활용품들을 개발해 나갔다. 현재 그들이 쌓아올린 문명의 바탕은 바로 텟페린 그 자체였다.

폐기 공정도 처음에는 싸움의 잔재를 처리하게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급증하는 인구와 그에 따라 복잡해져가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 생산 공정에 박차를 가하다 보니 폐기 공정은 점차 결합품의 재활용 공정으로 기능이 바뀌어 갔다. 조금 무리를 하면 어떻게든 폐기 처리가 가능했을 테지만 한 번 모든 공정을 중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과부하 등 어떤 위험 부담이 있을지 미지수였다. 거기에 자체 처리를 주장했던 보좌관 로시우는 위탁 처리를 제안한 과학국의 책임자 리론을 신뢰하고 있었다. 결국 간멘 폐기는 리론이 선정한 민간업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렌라간도 아마 같은 절차를 밟게 될 테지만… 지금 워낙 어수선하니 말이야. 사람들도 대피시켜야 하고, 아크그렌이 제대로 날 수 있을지 점검해야 하고, 로제놈 헤드도 이전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야. 민간업체도 피난 준비에 바쁠 테고. 당분간은 시몬의 사형을 집행할 시간도 없을 걸.”

“부윽!”

사형이란 말에 부타가 민감히 반응한다. 시몬과 함께 체포되어 구금된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시몬이 재판을 받는 동안 동물 알레르기가 있다고 진저리를 치는 누군가에게 포획되어 하마터면 스테이크집으로 갈 뻔 했던 부타에게 있어서 죽음은 코앞까지 닥쳤던 현실이었던 것이다. 무간의 습격과 그렌라간의 출격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수갑을 찬 채 필사적으로 도망쳐 숨은 곳이 리론의 컵 속이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물론 컵에 그려진 그렌단 마크를 믿고 뛰어든 것이기에 운보다는 부타 자신의 판단력 덕분이었지만.

“부윽! 부윽! 부우우우!”

“부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펄쩍펄쩍 뛰던 부타는 리론의 한 마디에 멈칫하더니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리론은 벨트 주머니에서 꺼낸 공구를 한 손으로 휘릭휘릭 돌리며 그렌라간 위로 올라갔다. 그는 지금 그렌라간을 고치고 있다.

“형을 집행할 시간이 없다는 건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 적어도 달이 떨어지기 전까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니까.”

“부우.”

부타의 대답이 시무룩하다. 리론을 보는 시선에는 뭔가 간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리론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 응할 수는 없었다.

“그래, 네 심정은 알고 있어. 그렇지만 부타도 알고 있지? 그건 내 능력 밖이고, 역할 밖이기도 하다는 걸.”

“부….”

“그렇게 풀죽지 않아도 괜찮아, 부타.”

“부?”

“시몬은 말이지, 요만큼도 좌절하고 있지 않아.”

“부우?”

“조금 침체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야. 머리는 현실을 납득했어도 마음은 가능성을 믿고 있어. 그 증거가 이 그렌라간, 정확히는 라간이지만, 이것 좀 봐.”

리론은 그렌의 조종석으로 들어가 조종간을 힘껏 잡아당겼다.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라간의 눈이 반짝 빛났다. 조종석 안에도 녹색의 빛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리론은 조종간을 놓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때?”

“부우!”

부타의 선글라스가 번뜩 빛난다. 코어 드릴이 없는데도 라간이 반응을 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타는 리론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리론은 벌떡 두 발로 일어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부타를 보고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었다.

“하긴 부타는 가장 시몬에 가까이 있었으니까. 설명할 필요도 없구나.”

간멘은 탑승자의 정신력에 좌우된다. 기합과 근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간멘도 강해진다. 그 중에서도 라간은 특별하다. 단순히 전투력이나 성능 부분만이 아니라 다른 기체에 접촉함으로써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은 그 어떤 간멘에도 없다. 거기에 파손된 부분조차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복구된다. 시몬과 함께 무수한 벽을 뚫고 나온 라간. 그 라간이 딱 한 번 움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시몬의 마음이 어둠에 잠겼기 때문이다. 부타가 알고 있는 한 시몬의 인생 중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다. 웃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다. 먹지도 않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조차 불가능했다. 언제부터인가 라간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싸우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만 같은, 깊은 땅 속으로 꺼져 버릴 것 같은 당시의 시몬은 살아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 때 라간은 쓰레기더미 속에 있었고, 지금은 폐기되기 직전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요소가 있지.”

“부우?”

“아직 고정된 사실은 하나도 없다는 것.”

“부우부.”

잠깐 과거를 회상하던 리론은 다시 현란하게 손을 놀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어느 틈엔가 라간의 조종석에 올라앉은 부타가 강하게 긍정했다. 문득 그렌과 라간의 조종석이 희미하게 밝아진다. 리론은 한결 빠르게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고 수긍했다.

“그래, 맞아. 부타는 라간의 부조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그러고 보면 그렌라간은 3인분의 기합으로 움직였던 셈이네.”

“부우.”

“그렇긴 해도 기본적으로 라간이 반응하는 것은 시몬의 의지. 지금 라간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시몬의 정신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증거라는 거야.”

“부우!”

“어떻든지 간에 사형수 신세라는 건 변함없지만.”

“부욱!”

“거기서 화내면 안 되지, 부타.”

“부?”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의 고저장단만 구별할 수 있을 뿐이지만 리론은 부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알고 지낸 세월이 길기도 하지만 표정과 소리에 담기는 부타의 감정표현은 보통의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 시몬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면 부타도 전부 표현할 수 있다고. 부타가 시몬을 따라하는 것인지, 시몬이 부타를 닮아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리론은 손 안의 작업과는 대조적으로 느긋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몬이 그 때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도 그 때와는 달라. 한 가지 예를 들어 줄까? 키탄 법무국장이 요즘 뭘 하는 줄 아니?”

“부이?”

“자료실에 틀어박혀서 미친 듯이 서류를 읽고 있었어. 전례가 없던 일이라 참고자료가 될 만한 것이 별로 없겠지만 형법부터 시작해서 법률 전반을 처음부터 정독하더라. 재판에 참여조차 하지 못해서 쓸모없어졌지만. 아까 보니까 이번엔 반란분자 처벌 기록과 사형 관련 기록을 잔뜩 긁어모으고 있던데. 아직 조카딸 얼굴도 보지 못했다니 키탄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겠지?”

“부부….”

키탄이 얼마나 여동생들을 끔찍이 생각하는지는 그렌단의 누구나가 다 알고 있다. 키요와 다야카의 결혼이 성사되기까지 몇 차례나 소동이 벌어졌던 터라 정부 요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여동생이 낳은 딸을 보러가는 것을 미룰 정도라는 건 정말로 심상치 않은 일이다.

리론은 묵묵히 조이고 두드리고 치고 닦았다. 카락카락. 끼익끼익. 와직와직. Tm윽쓰윽. 리론의 손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우그러진 표면이 펴지고, 부서진 부품이 바뀌고, 구멍이 막히고, 지저분한 얼룩이 사라져 갔다. 시몬의 나선력으로 눈 깜짝할 새에 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하고는 또 다른, 마치 마술과 같은 광경이다.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어. 그렇지만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고,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바뀔 수 있지. 서로 시각이 다르다 보니 엇갈림도 생기지만…. 그 전부를 고려하고 있는 나는 역시 천재?”

“부!”

부타가 발을 굴리며 큰소리를 냈다. 그렇다는 맞장구다. 장난삼아 자화자찬을 흘렸던 리론은 생각보다 강한 동의가 돌아오자 조금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너도 참 정직한 아이구나.”

“부우.”

“굉장히 신기한 아이이기도 해. 한 번 해부해 봐도 될까?”

“부부북?”

부타가 소스라치게 놀라 라간의 조종석에서 뛰쳐나왔다. 리론은 그렌라간에서 멀찍이 떨어져 공포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부타를 보고 소리 내어 웃었다.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더 호기심이 부풀잖니. 그럴 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해야지.”

부타는 입을 벌리며 양 앞발을 짝 하고 맞부딪쳤다. 그러고선 흠칫 놀란다. 리론의 충고를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식은땀이 뚝 하고 떨어진다. 시몬과 함께 격전을 뚫고 나온 그렌단의 동료들이 보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부타를 단순한 펫으로 보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본다면 굉장히 놀라운 현상이다.

부타는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정확히 말하면 잘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로시우는 부정했지만 리론은 부타의 언어 이해성을 최소한 9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상황 파악력도 어지간한 인간 못지 않다. 놀라운 것에 언제나 시몬과 함께였기 때문인지 이 7년이 흐르는 동안 어느 틈엔가 글자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리론이 아는 척 모르는 척 관찰해 본 결과 적어도 시몬, 카미나, 그렌라간, 부타라고 쓴 문자는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시몬이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서류를 찾아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자면 바린보와 죠간 형제 정도는 거뜬히 상회하는 독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 부타는 변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작은 종이 아니라는 것은 지하마을에서 올라온 돼지두더지를 보면 명백하다. 생활의 전반을 책임지는 가축이니만큼 성장속도는 당연히 빠르고, 다 자라면 어른 한 두 사람은 가볍게 태울 수 있는 거구가 된다. 그런데 부타는 태어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새끼 시절의 체형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특이체질일 수도 있고, 돌연변이일 수도 있고, 어쩌면 라간이나 시몬의 나선력만큼 수수께끼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실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부타는 그렌단의 동료, 그것으로 충분하다.

“있잖아, 너한테 손이 있고 말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유능한 인재가 되었을 텐데, 좀 아까운 기분도 들어. 그리고 난 생물학에는 재능이 없으니까 해부 운운은 신경 안 써도 돼.”

어딘지 아쉬운 듯 리론이 중얼거렸다. 아쉬움이 어느 쪽에 집중되어 있는 지가 궁금한 눈치였지만 부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못 알아듣는 척 했다.

“뭐, 그대로도 충분히 시몬의 힘이 되니까 좋지만.”

리론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번엔 부유 장치 쪽을 돌아보았다. 겉보기엔 상당히 망가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사한 것 같다. 그라펄용으로 개량한 부유 장치의 자료와 아크그렌의 메인 엔진에 관한 자료를 꺼내 주르륵 늘어놓는다. 그렌라간은 7년 동안 수리와 정비 외에 따로 개조하거나 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손을 볼 필요가 있다. 따로따로 구르고 있었다면 다소 귀찮았겠지만 합체되어 있는 상태이니 문제는 없다. 리론은 팔을 걷어붙이며 의욕을 냈다.

“난 누군가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일어났을 때 달릴 수 있는 준비를 해 두는 건 내 역할이지. 참, 이번엔 나는 준비일까?”

“부부!”

“알았어, 알았어. 놀지 말라는 거지? 그렇지만 역시 혼자서 하려니까 좀 더딘걸.”

“부우우….”

“그렇게 미안한 소리 내지 않아도…… 그래, 부타!”

“부?”

어깨를 빙빙 돌리며 풀던 리론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딱 퉁기곤 그렌라간 뒤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조심조심 다가오다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던 부타는 이어지는 말을 듣고 얼굴을 활짝 폈다.

“라간의 조종석에 앉아 있을래? 조금이라도 나선력이 흐르는 편이 효율적이니까.”

부타는 신나게 달려 올라갔다. 리드미컬한 발소리가 콩콩콩 울리고, 그 강렬한 감정에 호응했는지 라간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감았다. 그러자 엉켜있던 회로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렌라간이 활성화된다. 리론은 기지개를 한 번 펴고 한결 수월해진 작업을 재개했다.

by 벽효-아리수 | 2007/09/01 07:43 | ★ 패러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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