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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돌파 그렌라간] 돌려주시지

요코 합류 후

 

“무슨 속셈이냐.”

“들은 대로지. 우리들 그렌단은 이 지상에 살아가는 자 전부를 구한다.”

“호오, 어떻게 말이냐.”

“뻔하잖아. 달을 막겠어.”

“진심이냐?”

“내가 언제나 진심인 건 잘 알고 있잖아.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잘 알고 있지. 그렌단의 왕바보녀석이다.”

시몬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바보라는 말을 듣고 좋아한다는 건 역시 바보라는 증거일 것이다. 어차피 떨어지는 달을 막는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상에 긍정 아닌 긍정을 해 버린 이상 비랄도 바보 동참이다. 역시 그렌단은 바보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요코는 못내 못마땅한, 그렇지만 왠지 기쁜 듯 기꺼운 표정으로 감방문을 나서는 비랄을 어리벙벙하게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그가 이 형무소에, 그것도 시몬과 함께 남겨져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시원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제법 사이가 좋아 보였다. 같은 감옥밥을 먹은 사이라는 건가. 하기야 곰곰이 되짚어 보면 비랄은 지상에 나온 후의 시몬과 카미나와 리트나 마을 사람들 다음으로 가장 긴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다, 그렌라간 탄생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고, 그 끈질김으로 그렌단 내에서도 상당한 유명인이다. 미운 정도 치고받은 정도 피차 꽤 쌓여 있을 것이다.

요코는 힐끗 자신을 돌아보는 시몬에게 짐짓 한숨을 쉬어보인 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동의를 구하는 눈이 아니다. 리더의 결정사항인 것이다. 상황이 상황이고, 능력치는 보장되어 있고, 원한을 한 보따리쯤 가지고 있을 비랄 자신의 반응도 긍정적이니, 딱히 이의는 없다.

“무기징역인 것 치곤 상당히 빠른 출소가 되었군.”

비랄은 죄수복 윗도리를 벗어 감방 안에 내던지며 중얼거렸다. 간수도 몽땅 도망친 다음이긴 하지만 뭐래도 탈옥 기분인지 묘하게 유쾌한 목소리다. 옆에선 시몬이 놀랍다는 시늉을 하며 웃는다.

“비랄, 무기징역이었구나.”

“뭐야, 몰랐냐?”

“사형수와 같은 동이니까 꽤 중형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정확한 형량은 몰랐거든. 수인은 수명 길잖아.”

“그러고도 총사령관이었냐. 최악의 불량흉악범이란 낙인이 찍힌 반란분자의 형량조차 모르다니 불성실하군.”

“그거 자기 입으로 말하기에 창피하지 않아? 뭐, 네 재판 땐 나도 구금 중이었고, 바로 사형수가 되는 바람에 결과를 알려주러 오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여기선 네가 아는 대로 말 걸어주는 녀석도 없었고.”

“다 자업자득이다. 업보만 잔뜩 쌓고 인덕은 없는 놈 같으니.”

비랄로서는 신랄한 야유였지만 시몬은 아무렇지 않게 수긍했다.

“응, 친구는 비랄 뿐이었어.”

“누가 네 친구야!”

“도와줬잖아.”

“웃기지마! 얌전히 뒈지려고 하는 얼간이가 보기 흉했을 뿐이라고!”

“거기, 그만들 해.”

아옹다옹 툭탁거리는 시몬과 비랄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요코는 철컥 소리가 나게 라이플을 고쳐 매며 호령했다.

“언제까지 놀고 있을 작정이야! 키탄이 기다리고 있어.”

“키탄이?”

“밖에서 들리는 소음, 상당히 줄어들었잖아. 아크그렌이 떠난 마당에 누가 무간과 싸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렌단의 바보들이겠지.”

“이젠 너도 그 바보 중의 한 사람이니까 이번엔 봐 주겠어.”

상쾌한 미소와 함께 들이댄 총구를 보고 비랄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가 바보라는 자각이야 예전부터 있었기에 반론할 말도 없다. 새삼 신경을 돌려보면 확실히 벽 너머에서 울리던 폭음은 꽤 잦아들어 있었다. 무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체험하지 못했지만 저 정도 소리라면 맨몸으로 나가도 그리 위험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달이 떨어지는 속도가 기분 탓인지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그런데 시몬.”

요코는 출구를 향해 발을 떼려는 시몬을 덜렁 잡아 세웠다.

“너도 그거 좀 벗어.”

“응?”

시몬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요코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거기에 있는 것은 비랄이 벗어던진 것과 마찬가지로 왼쪽 가슴에 x가 세 개 새겨진 죄수복. 시몬은 줄무늬 윗도리를 잡아당기며 확인했다.

“이거?”

“그래, 그거. 아래는 어쨌든 위는 안 돼.”

“왜?”

요코는 한 손을 턱에 대고 희미한 빛 아래 드러난 시몬의 전신을 유심히 훑어보는 척 하더니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 복장, 생각보다 어울리긴 하지만 역시 안 되겠어.”

“뭐가?”

“아무리 세계를 구한다 해도 죄수복 차림인 사람의 사진을 교과서에 실을 순 없잖아. 애들 교육에 안 좋아.”

“교과서?”

로제놈을 쓰러트린 그렌단의 이야기가 역사로서 교과서에 수록되고 있는 것은 시몬도 안다. 실제로 읽어보고 얼굴에 불이 난 것처럼 부끄러워하기도 했고, 카미나의 사진이 진짜가 아니라 동상이라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왜 그런 비유가 나오는지 모르는 시몬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요코는 실제 연령보다 어려 보이는 그 얼굴을 쭈욱 잡아당겨 주고 싶은 것을 참느라 턱 팔짱을 꼈다.

사실 세계를 구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설령 이긴다 해도 7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영웅이 될지 어떨지도 모른다. 정치적으로 몰락해 전쟁 범죄자가 되어버린 시몬이 후세에 어떻게 전해질지 현재로선 예측도 할 수 없다. 지금은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일 따름이다. 원래 그렌단은 승산을 생각하고 싸우지 않는다. 승리를 생각하고 싸울 뿐이다. 그 선봉에 설 리더가 죄수복이라는 건 사기에 관련되는 중대사다. 물론 그런 것에 위축될 엉터리 바보는 그렌단엔 누구 하나 없겠지만 겉모습은 의외로 중요한 문제이고, 다른 사람의 눈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요코는 팔짱을 낀 채 명령조로 말했다.

“어쨌든 벗어.”

“옷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맨몸도 그리…….”

총사령관 시절의 경험 덕분인지 투덜거리면서도 납득한 듯 얌전히 윗도리를 벗은 시몬을 재차 훑어본 요코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워낙에 발육부진이었던 예전보다야 낫다만 어쩐지 좀 궁상스러워 보이네. 키는 괜찮지만 거기 비랄과 비교하면 뭔가 비리비리한 약골처럼 보이는 체격이라 믿음이 안 가.”

인정도 사정도 가차도 없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발언이었다. 비랄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히죽 웃는다. 겉보기의 체격 문제이기 때문에 호각으로 육탄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뒷전이다.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일순 시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너무해, 요코. 그야 그렇게 건장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단련해 왔다고.”

몇 번이나 들어서 익숙한 말이라 슬프게도 대충 면역이 있다. 시몬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약하게나마 항의를 시도해 보았다.

“알아. 사격도 능숙하고, 없는 것 같으면서도 필요한 근육은 제대로 붙어 있네. 상대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 그렇지만 역시 보기엔 좀 별로인 걸. 망토라도 걸치면 좀 나아 보이려나. 일단 옷걸이는 얼추 되니까 디자인만 잘 받쳐주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아니, 그보다 당장 가릴 만한 것이… 죄수복을 다시 입을 순 없고, 위에 널려 있던 간수복도 좀…… 아, 그래.”

절실하게 흘러나온 시몬의 항의를 적당히 흘려 넘기고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재보며 혼자만의 세계에서 헤엄치던 요코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우선 이거라도 입어 봐.”

뚱한 얼굴로 손수건처럼 작게 접힌 옷감을 받아 휙 털어내듯 펼친 시몬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뭐야, 이거 아직 가지고 있었어?”

“예비품으로.”

요코는 슬쩍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시몬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순순히 그것을 입었다. 흑색 바탕에 빨간 별 하나가 찍힌 민소매 목티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신정부 초창기 시절의 지급품이었다. 제복 안에 간단히 받쳐 입도록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든 남녀공용이라 사이즈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능성 티셔츠였지만 얇은 주제에 통기성이 나쁘다는 단점 때문에 계급의 세분화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한 제복의 생존경쟁에서 패배한, 말하자면 과거의 유물이다. 그래도 이것은 후기 개량형이라 비교적 통풍이 좋은 편이다.

“괜찮은데. 전부 드러내는 것보다 가릴 곳은 가리고 낼 곳은 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렸다는 느낌? 가지고 있었던 보람이 있네.”

다 입은 시몬을 한 바퀴 돌려 합격 평가를 내린 요코는 옆에서 뭔가 매우 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던 비랄을 눈치채곤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비는 한 뿐이니까 댁은 알아서. 그대로도 수인답게 야성적으로 보여서 좋으려나. 시몬보다 볼품 있고.”

“그러냐.”

“칭찬이잖아. 좋겠다, 비랄.”

시몬의 부러움 섞인 한 마디에 미간을 찡그린 비랄은 어째서인지 가타부타 토를 달려고 하지는 않는다. 귀찮아서인가, 아무래도 좋은 것인가,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인가. 예전엔 발가벗고 싸우는 상대방에게 옷을 입으라고 윽박지르고, 다 입을 때까지 기다려 줄 정도로 예의나 명예에 얽혀 있던 그도 오랜 게릴라 생활에 부스스해진 머리카락만큼이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성격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교사업으로 단련된 요코의 예리한 눈썰미는 비랄의 입 끝이 살짝 움직이며 이빨 사이로 칫 하는 소리를 낸 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쩐지 제법 귀여운 것이 두고 온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럼 갈까.”

비랄이 내심 삐져 있든, 요코가 의외의 발견에 재미있어 하고 있든, 시몬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앞장서서 걸어가는 시몬의 뒤를 쫓아가며 비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 녀석, 조금 전까진 세상만사 다 초월한 것처럼 굴더니 변화가 빠르군.”

“……시몬은 자기를 위해서는 힘내지 않아. 누구처럼 능동적인 성격이 못 되니까. 그러니까 여기까지 데리러 온 거지만.”

“윽?”

귓전으로 흘러든 낮은 소리에 비랄이 흠칫 놀란다. 대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뭐, 여기서 어땠을지 대충 상상은 가네.”

요코는 일이 없으면 한 구석에서 조용히 땅을 파거나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던 옛 시몬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평상시엔 불꽃의 불자도 볼 수 없는, 과묵하고 소극적이며 온화한 아이였다. 그런 점은 커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렌라간을 타고 있는 시몬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괴리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로 성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몬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직감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서 해야 하는 것을 한다. 그러한 행동의 근간에는 깊은 이타심이 있다. 지극히 단순한 구조이고, 적성 문제도 있어 가끔은 보는 쪽이 답답할 정도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시몬이 발휘하는 의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는,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누구도 멈출 수 없어.”

“그런 것 누가 모를까.”

비랄은 요코의 설명에 시시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만 그의 시선은 시몬에게 고정된 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거기엔 신뢰라고도 할 수 있는 강한 파동이 있었다. 시몬을 알기 때문에 그 힘을 믿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하고 요코는 생각했다. 여기 있는 비랄은 그 질긴 인연 외에도 시몬의 싸움과 로제놈의 최후를 지켜본 몇 안 되는 목격자이며, 유일한 수인이기도 했다. 당시 시몬의 아군으로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니아와 로시우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어버린 지금, 적으로 대치했다가 결국엔 무대 밖으로 밀려나 버렸던 비랄이 시몬 곁에 서 있다는 사실이 뭔가 얄궂었다. 운명은 어디에서 갈라져 어떻게 교차하는 것일까. 왠지 조금 심술을 부려보고 싶어진 요코는 툭 하고 내뱉었다.

“거치적거리면 버릴 거야, 비랄.”

“어엉?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 여자.”

“요코야.”

“뭐?”

“요코라고. 이래 뵈도 댁 머리 옆에 총알을 박아 넣었던 여자야. 그렌단에 입단할 거면 이름 정도는 기억해 두지 그래? 엔키두두도 없어 보이는데 이야기꾼이 되려면 많이 기억해 두는 편이 좋잖아.”

요코가 은근히 강조한 모종에 단어에 비랄이 경기를 일으켰다.

“이야기꾼이라고 하지 마! 지켜보기로 하긴 했지만 이야기꾼이 된다고는 한 적 없다! 그보다 어째서 네가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설마 그렌단 녀석 전부가 알고 있는 거냐? 그걸 알고 있는 건… 시몬놈, 입이 가볍군!”

“말해준 건 로시우였는데.”

성을 내는 와중에도 들릴까 말까한 작은 소리로 덧붙인 걸 용케도 알아들은 비랄은 으르렁거리며 천장을 쏘아보았다.

“그거 새로운 총사령관이라는 그 희멀건한 녀석 말이렷다? 알았다. 어디 나중에 두고 보자!”

“뭐, 그것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네. 안 말릴 테니 잘 해 봐. 이야기꾼씨.”

“아니라고 했지!”

“말로 전하느냐, 글로 전하느냐 하는 선택지도 있어. 뭣하면 기록하는 법 가르쳐 줄까?”

“필요 없어!”

“잘 하면 댁의 기록이 교과서에 실릴 지도 모르는데.”

“알게 뭐냐!"

“그래서 내 이름은?”

집요하게 묻는 요코에 얼굴을 팍 찡그린 비랄은 조금 주저하다 고개를 획 돌리며 말했다.

“됐다.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카미나와 시몬과 그렌라간. 그걸로 충분해.”

순간 요코는 걸음을 멈췄다. 가슴 속에 뭔가가 울컥 치솟았다. 기습이다. 예상도 못한 기습이다. 여기에도 있다. 단순한 문자가 아닌 실제 그의 삶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정말 본의가 아니지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돌연 침묵해 버린 요코를 보고 비랄이 조금 괴이쩍은 시선을 보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요코는 무심코 올라온 감사의 말을 조용히 씹어 삼켰다. 그런 말을 할 상대가 아니다. 대신 비랄이 순간적으로 움찔할 정도로 씩씩한 미소를 띄워 주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느긋이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만나지 않은 동안 자신의 키를 추월해 버린, 아직 기억 안의 그 뒷모습보다는 조금 작고 가느다란 뒷모습이 보였다. 믿음직스럽다고 하기엔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이는 등. 그렇지만 묵묵히 포기하지 않고 파고 또 파 끝내는 저 넓은 하늘을 꿰뚫고 나아갈 등이다. 요코는 작게 웃었다.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적은 하늘에서부터 내려온다. 어쩌면 로제놈과의 싸움이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의 벽은 정말로 거대하고, 정체를 알 수 없다. 니아의 문제도 있다. 7년 전의 그 때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은 손을 댈 수 없는 영역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리를 뛰어넘어 상식을 깨부수는 것이 그렌단. 그 때와 지금은 또 다르다. 어떻게든 해 보일 테다.

“요코. 비랄. 어서 안 오고 뭐해?”

어느 새 저만치 앞서간 시몬이 손을 흔들며 불렀다. 요코와 비랄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마주치곤 서로에게 뒤질세라 잽싸게 발을 놀렸다. 시몬의 곁에 도착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 때부터 사람 하나 없는 길고 긴 복도를 지나 출구에 이를 때까지 세 사람 사이엔 한 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벽과 지붕의 파손이 심해졌다. 무너진 잔해 사이로 수도 없이 피어오르는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절규와 비명의 메아리 같은 것도 간간이 들린다. 그러나 하늘을 점령하고 있던 무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혼란은 진정되고 있었다. 일차적 난관은 넘은 셈이다. 그러나 곧 있으면 달이 떨어진다. 그 때의 혼란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비뚤하게 무너져 일그러진 천장을 올려다보던 시몬은 바깥으로 통하는 길을 굳게 가로막은 문에 손을 댔다.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형무소의 묵직한 문짝 사이로 징그럽게 다가온 달이 보였다. 요코는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저 천장을 부순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다. 그 녀석이 사랑했던 푸른 하늘을,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상의 하늘과 소중한 동료를 돌려받고야 말겠다.

 

by 벽효-아리수 | 2007/08/22 05:40 | ★ 패러디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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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친절상담 at 2019/10/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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